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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말고 영화봐야지/Video review

약한영웅, 방관자들은 출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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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찬리 방영 중인 <약한 영웅 class 1>의 포스터. 주연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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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학교폭력에 관한 주제에 관해서는 여론이 관대하지 못하다. 인기 연예인에서부터 운동선수, 일반인이며 그 누구라도 뭇매를 맞는 것은 당연하고 심하게는 몇 년 동안 생업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과거에 쌓인 자신의 업보를 받는 다는 측면에서 타당성은 있다. 하지만 그런 사안이 대두될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그때 당신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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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그랬거니와 중학교 때도 나를 괴롭히는 친구들은 늘 있었고 시간이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들의 이름이 선명하다. 하지만 난 그 시간들 때문에 지금을 저당 잡히지 않았고 언제 그랬었냐는 듯 살아가고 있다. 잊어버린 적도 없고 그때의 기억이 선명함에도 그렇다. 나를 직접적으로 괴롭히고 구타한 녀석들이야 당연히 좋은 감정일리 없지만 그렇다고 또 복수나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무언가 모자라고 부족하게 살길 바라지도 않는다. 잘못을 했던 사람들에게도 늘 새로운 기회가 있어야 사회가 역동적으로 돌아가고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도리어 그 당시 다수를 차지 했던, 쉽게 말해 나와 나를 괴롭히던 당사자들은 제외하면 모든 이들이었던 방관자들이 왜 이제 와서 시일이 지난 지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혹은 피해자 편에서 대변을 하는 듯한 여론을 만드는지 모를 노릇이다. 그렇게 하여 과거에서 벗어나 지금을 살아야 하는 피해자들이 계속 과거를 회상하며 증오를 멈추지 않게 하여 지금을 살지 못하게 만드는지 묻고 싶다.

​'잔소리하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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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wavve에서 제작된 웹드라마 <약한 영웅 class 1>은 학교폭력에 관한 주제를 다루었다. 본래 웹툰인 것을 드라마로 변환한 것인데 이 드라마엔 방관자들은 주연으로도 조연으로도 나오지 않는다. 아주 가끔 간혹 비추이는 학생들이 있지만 대게 드라마에선 그렇다.

나는 이 부분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방관자들은 주연도 조연도 할 수 없을까?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은 학교폭력에 대해 그리고 피해자들에 편에 선다고 할지라도 가해자를 지적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봐 피해자들은 방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해자들과 같은 눈빛으로 피해자들을 쳐다보던 자신들을 기억하지 못하는가? 그런 당신들은 진정 공범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사람은 반드시 실수하고 잘못한다. 그 정도의 차이로 누군가는 감옥에도 가고 벌금도 내고 하지만, 그 사람도 기회를 가져야 한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다음이라는 기회가 없다면 아마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더 큰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그러니 방관자들은 가해자들은 욕하기 이전에 자신은 공범이 아니었는지 가해자가 아니었는지 피해자를 위하는 것이 진정 어떤 건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과거에 매여 지금을 살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건, 과거를 곱씹게 만드는 것이 아닌 지금과 미래를 보게 만드는 일이다. 당신이 정말로 이타심에 기반하여 피해자를 위로 하고싶거든 방관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힘쓰기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당신 인생에서 주연으로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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