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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말고 영화봐야지/Video review

'재벌집 막내아들'보다 더 대단한 <진양철>. 그리고 고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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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물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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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영화들은 늘 흥미를 자극한다. 살아있는 모든 이가 후회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이상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과거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토일밤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성민, 송중기주연으로 이목을 끌만한 소재와 더불어 조연들까지 엄청난 연기들을 보여주고 있어 자체시청률 21%를 넘기는 쾌거를 맛보고 있다.
드라마 속 재벌 <순양 그룹>의 미래자산관리팀장 윤현우(송중기1)는 능력을 인정받아 재벌 일가의 손발을 대신하는 직원인데 누군가의 손에 죽임을 당하면서 순양그룹의 4남의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2)의 어린시절로 영혼회기가 되고 그렇게 자신을 죽인 원수를 찾고 복수를 한다는 전개이다. 드라마 안에서 과거를 떠올리는 장치들로 사용된 우리가 겪어온 실제 사건들. 가령, 전 대통령들의 당선이라던가 911테러 등이 녹아있어 드라마에 몰입에 도움을 주며 주인공이 성공가도 달리는 방법들도 우리가 한번쯤 상상해보았을 소재라는 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한다. 어떤 주식이 많이 오르더라 하면 진작 살 걸 하는 후회를 한번쯤 해보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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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와 대치적 인물로 등장하는 또 다른 주연. 순양 그룹의 총수 진양철(이성민) 회장은 흡사 과거 이병철 회장을 떠올리게 했는데 이병철 회장님은 실제로도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속 대사와 연기들은 실제 그 분을 모델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어려운 순간 내리는 판단들이 일반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밑에 사진은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다.

재벌집 막내아들 10화, 순양백화점에서 전문경영인에게 질의 하는 진양철 회장

순양백화점을 전문경영인이에게 맡기게 된 후, 순시를 나왔던 진양철 회장이 급격히 감소하는 가구매장의 매출 전망을 전문경영인에게 묻자. "세대의 변화로 인해 가구 시장이 예전과 같지 않아 성장이 어려울 것 같다"며 이야기했고. 진양철 회장은 다가구에서 1인가구로 옮기면 집집마다 있던 가구들이 방방마다 있어야 하는데 잘못봤다며 지적한다.
주인공인 진도준이야 인생 2회차로 미래를 알고 시작하는 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순간의 선택을 해야 했던 진양철 회장은 그야말로 타고난 기업가라는 느낌이다. 인생 2회차 보다 앞서거나 더 멀리보고 있거나 최선의 선택을 한다.
사람들은 흔히 재벌,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벌 일가는 늘 악역이며 범죄의 온상으로 표현되고 있고 거기에 더해 정치권에서는 국민을 볼모로 잡고 대기업을 쥐어짜는 행태를 자주 보여준다. 그러니 사람들은 비범한 한 사람이 몇 백 만명, 몇 천 만명을 먹여 살리게 된다는 구조에 대한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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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글을 시작한 건 아니다. 나 역시 지난 날에 어떤 지점을 후회하고 있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언제가 가장 좋을 지 어떻게 선택해 볼 지 상상해보았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과거의 가장 무지했던 어린 날로 돌아가서 수입을 얻는 족족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야겠다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고 아프기 전, 사고가 나기 전에 나로 돌아가서 그걸 예방할 수 있는 행동을 해볼까 하는 상상도 했다. 그런데 진양철 회장의 대사들을 들으면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와 특별히 달라지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생 2회차인 내가 되면 어느 시점에 이득을 내는 몇 번의 성공을 거듭하겠지만 결국에 내가 모르는 미래가 찾아오는 시점부터는 또 지금처럼 반응하고 대처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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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자기계발서에 지겹게도 많이 나오는 문구들이 있다. "오늘이란 어제 죽은 누군가가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이라고. 또 누군가에겐 지금의 내 나이가 "내가 마흔만 되었어도.."하는 시기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사실 상 매일 회귀하고 있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분명 그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돌이킬 수 없는 것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게는 지금도 가능한 것들이다.
허물을 벗는 생물들이 있다. 파충류들이 주로 그렇다. 허물을 벗으면서 성장한다고 한다. 인간은 파충류는 아니지만 자주 허물을 벗는다. 우리가 각질이라고 말하는 살갖의 벗겨져 나감이 사실은 그렇다.
인생 2회차를 상상하기보다 어려운 상황을 타계하는 비범함을 갖춘 진양철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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