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책불혹 : 마흔즈음 드는 생각/An outlook on the world

남적남, 사다리 걷어차기 그리고 여적남의 모순

반응형

 


 

과거 우리 아버지 세대, 그리고 그 이전 세대에서 여성들은 남성에게 차별과 불이익을 겪었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들은 과거의 차별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현재의 2~30대 젊은 남성들에게 역차별을 강요한다.

 

특혜 없는 특혜론의 함정

 

문제는 여기에 있다. 지금 젊은 남성들은 '남성성'으로 특별한 혜택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마치 특혜를 받은 양 취급받으며 부채 의식을 강요당하고 있다. 왜 기성세대들은 정작 자신들의 부채를 젊은 세대에게 떠넘기며 제도적 역차별을 일상화하는가?

동시에, 오늘날의 젊은 여성들 역시 과거 세대 여성들이 겪은 차별과 고통을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같은 세대의 남성들에게 책임을 물으며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정작 피해를 입었던 이전 세대의 여성들은 이미 보상받지 못한 채 노년을 보내고 있는데, 현재의 젊은 여성들이 그 피해의 보상을 대신 요구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남성성으로 이득을 취한 기성 세대와 어머니의 보상을 대신 받은 딸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남성을 차별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권력의 정점에 올라 있는 5~60대 기성세대들은 다음 세대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젊은 여성들에게 듣기 좋은 말과 겉으로 보기 좋은 정책을 제시하면서, 같은 세대의 젊은 남성들의 기회를 박탈한다. (청년 채용 시장에서 남성 할당을 제한하거나, 여성 전용 지원금 같은 제도적 지원이 늘어나는 현상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물론 모든 기성세대가 다 그렇지는 않다. 아직도 아버지로서 가장을 이끌고 자녀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어른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주류를 이루는 사람들, 정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나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더 내고 더 받자"와 같은 국민연금 개혁안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젊은 세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그저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채 내려진 결정이다. 왜 앞으로 오랜 기간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 젊은 세대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부담을 강요하는가? 물론 이것은 일례일 뿐이다. 

여성들은 이 사례를 통해 또래 남성들의 기분을 직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남성다움의 틀, 그 보이지 않는 압박

 

한국형 남성 성역할 갈등 연구에 따르면, 많은 남성들이 경제적 책임과 가족 부양의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으며, 이와 함께 감정 표현이 자유롭지 못한 점, 사회가 요구하는 경쟁과 성취에 대한 압박,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겪는 갈등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중요해진 개인의 자유로운 삶과 전통적으로 남성에게 기대되던 역할 사이에서 많은 남성들이 혼란과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단지 개인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남성들은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우울감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겪기 쉽다. 특히 '사회적 성공에 대한 압박'이나 '감정 표현의 억제' 같은 문제들은 남성들의 정신 건강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특정한 남성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여기며, 이 모습에 맞지 않는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무시당하기 쉽다. 사회가 정해놓은 남성다운 모습에 맞추지 못한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개성과 삶의 방식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남성들에게 정해진 틀과 기준을 요구하며 이것이 많은 남성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진정한 평등을 위한 첫걸음

현재 2~30대 남성들은 성평등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평등과 공정성을 더 강조하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세대다. 그들이 지금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여성과 대립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역차별이 공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책임을 젊은 세대에게 떠넘기는 동안, 세대 간 갈등과 남녀 간 갈등은 점점 더 심화 되고 있다. 기성세대는 진정한 성평등과 공정을 이루고자 한다면 과거의 부채를 젊은 세대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미래 세대와 충분히 소통하고 공정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남성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성역할 갈등을 이해하고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