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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불혹 : 마흔즈음 드는 생각/An outlook on the world

<일본 불매 운동>은 애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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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며 가는 길, 앞 차량 뒤편에 붙어 있는 'NO JAPAN' 스티커를 보았다. 전국적으로 한창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아직도 저걸 붙이고 다니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NO JAPAN'은 있는데 왜 'NO CHINA'는 없는 걸까? 

 


#1

우리나라는 과거 일제강점기를 겪었다. 그래서 그 시대를 살던 세대들이 강제로 배우고 익힌 생활양식이나 지어진 건물 등 일본의 잔재들이 남아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걷어내는 작업을 전국가적으로 시행했다. 그 연유로 내 동창생들의 졸업사진까지는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썼지만 이후로는 초등학교로 개명하였으며 저학년 때까지는 좌측통행이던 복도도 서서히 우측통행으로 바뀌었다. 거기에 더해 때마다 <우리말 쓰기>와 <국산품 애용하기>등의 일종의 계몽운동들이 시행되곤 했다.

현재에도 지속되는 '유니클로 불매 운동'과 같은 '반일운동'은 그와 맥락을 같이 하는데, 안타까운 건 개인마다의 주체의식을 가지고 한다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목적이 있어 주관이 없는 시민들은 애국을 하는 마냥 좋은 일에 동참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곤 한다는 것이다.

#2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을 받은 건 약 993차례정도 된다고 한다. 가장 가까운 나라들이 여러 차례 침략을 했고 우리는 역사를 통해 그 사실은 안다. 그중에서도 일제의 침략은 가장 치명적이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반일운동'을 할 것이라면 중국에게도 그 책임을 물어야 사리가 맞다. 왜냐하면 청나라의 조선침략으로 알려진 '병자호란'도 '임진왜란'만큼이나 큰 사건이며 일본이 '쪽발이'라면 중국은 '오랑캐'로 우리나라를 침탈한 역사에 대해 뭇매를 맞아야 한다. 침략 횟수나 영향력으로 본다면 중국 또한 일본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고 심지어 지금도 중국은 우리를 향해 정치적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니 '반일 운동'을 할 것이라면 '반중 운동'도 해야 사리가 맞다. 그리고 이것을 동의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썩은 정치의 희생양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거 하는 것이다.

#3

아직도 일제 강점기 당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미 일본 측에서도 여러 번 사과와 보상을 해왔다. 그 진정성이나 보상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이유로 <일본 불매 운동>을 하는 것은 개인이 소비자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하는 더 큰 피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소비자로서 누릴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는 일이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보상하는 일에 대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차라리 그분들을 찾아가 봉사하고 기부를 하는 등에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는 일이 더 낫다. 현실적으로 일본 제품을 쓰지 않는 건 애당초에 가능하지도 않다. 참고로 우리가 쓰는 최신 핸드폰에 고화소용 카메라는 전부 일제를 적용한다. 


#4

정치꾼들은 중국은 되는데 일본은 안된다고 한다. 마치 사대의 예를 다하는 조선의 대신처럼 말이다. 우리가 <광해>라는 영화를 보면서 분개하고 침통함을 느꼈던 건 중국의 조선 통치 때문이었나? 아니면 친중에 바탕을 둔 대신들의 태도 때문이었나?  분명 둘 다의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는 <중국 불매 운동>이 함께여야 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런 정치적 운동에 휩쓸리지 말고 기준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우리'이기에 앞 서 개인이며 소비자다.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을 만난다면 그 국적을 따지지 말고 소비자로서의 이득을 취하는 것이 맞다. 그러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각자가 주인이 되어 스스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지 말고 기준을 가지고 자유롭게 소비하길 바란다. 

그리고 한 번쯤은 이런 비정상적이며 역차별적인 일이 왜 자주 일어나는지를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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