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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주 69시간제'는 캐치프래이즈일 뿐. 모든 직장인들이 69시간을 꽉 채워 일해야 하는 강제성을 가진 제도가 아닌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유연 근무제'이다. 법안의 내용을 봐도 노동자가 반드시 69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 그저 노사 간에 협의로 '연장 근로 시간'을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년 등으로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예를 들면 52.52.52.52 이렇게 4주를 제한적으로 일했던 것을 52.69.35.52 이렇게 변화해서도 가능한것으로 기본근무 시간인 40시간은 현형대로며 초과 근무 시간에 대해서만 변화를 줄 수 있다. 게다가 이 개편안은 근로자의 선택과 건강권 보장을 기본 전제로 11시간 연속 휴식 제 등의 보호조치도 함께하니 일각에서 주장하는 과도한 업무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주 52시간 제도로 운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40시간만 근무를 하는 이들이 다수이며 월 평균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사업장은 1.4%다. 필요한 분야에 필요한 만큼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는 내용인데 전후사정은 생각지도 그저 정치적인 무조건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이러니한건 MZ세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했던 윤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지금의 반발은 대기업, 공기업의 사무직 중심에 MZ노조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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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 근무제'를 거시적으로 보면 우리 나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없애겠다는데 목적이 있다. 주로 IT업종이나 스타트업 등의 산업은 팀을 꾸려서 제한 기간 안에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프로젝트로 진행하는일이 많다. 그들은 자기 시간을 쪼개가면서까지 근무시간 외에 재택근무를 하기도 한다. 회사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주도적으로 자기 일을 하는 것인데 이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초과 근무를 해도 돈을 받기가 어려웠고 회사측에서도 업무에 대응이 어려운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제한이 풀린다면 기업성장에 동력이 된다. 또한 성수기와 비수기가 명확한 직종은 성수기에는 초과해서 일을 하되 비수기에는 더 많은 휴무를 지급받기도 하고 그렇게 균형을 맞춰갈 수 있는 자율성이 생기니 도리어 개인에게도 고용시장이나 근로시장, 경제 성장에도 더 이득을 준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미시적 관점에서 근로자 개인으로 보아도 더 나은 선택이다. 2018년 문재인 정권에서 주 52시간 제도를 추진하고 지난 5년간 1~3분기 평균 부업자 수가 33.1%가 증가한 것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밝혔다. 이 부분은 우리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배달업종이 성행할 때 부업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했을 것이니 체감적으로 느끼는 사실일 것이다.
직장인들이 부업을 하면 아무래도 오전 근무에 집중력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더불어 집중이 안된다면 숙련도 또한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 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2018년 문재인 정권이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던 시기 국민청원에 자주 등장하던 일거리를 달라던, 저녁먹을 돈을 벌게 해달라는 사람들의 소리를 돌아봐야 한다. 이젠 부업이 생활이 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원했던 사람들에게 '저녁 일이 있는 삶'을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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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어 지금 시점에 바뀌어할 것은 제한을 둔 근무 시간이 아니라, 일반수당과 추가 수당을 구분 없이 지급하는 기업의 '포괄임금제' 오남용이다. 현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기업 또한 휴가 적극 보장과 성과에 대한 보상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여론은 이미 자극적인 '주 69시간제'에 매몰되어서 진실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늘 그래왔듯 정치인들은 그런 우매함을 잘 이용한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고 AI가 인생의 길을 답변하는 시대에 무엇이 우리의 밝은 미래를 만들고 다음 세대에게 빚을 지지 않은 길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할 때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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