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는 결과는 같은데 과정만 다르게 해도 순응해 버리는 어리석은 사고방식을 일컫는다. 바보 같기 짝이 없다 생각하지만 그 모습이 평소의 우리와 같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에서는 국민을 상대로 조롱하듯 이런 정책들을 자주 썼다. 물론 과거에는 아침에 3개를 먹는 대신 저녁에 4개를 받을 수 있었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이 그런 성격의 사업이다. 하지만 요새는 그 해석이 다르다. 아침에 3개를 먹어도 저녁에 줄 4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세력들은 나중에 2개만 받을 테니 5개를 먼저 받겠다고 요청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7개를 모두 지금 쓰겠다고도 한다. 이것이 현재 젊은 2030 세대의 미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 기성세대의 모습이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초고령화 사회인 대한민국이 저출산 충격까지 고스란히 받아서 2050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뿐만 아니라,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수입의 25%를 고스란히 연금세로 납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갈되는 시기가 더 빠를 수도 있다. 건강보험은 더 심각하다. 고갈시기가 5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은 미룰 일이 아닐뿐더러 당장해도 늦다는 것이 사실이다.
#2
원전 가동을 중단한 지난 정부 덕에 재가동하는데 최소 5년은 더 걸릴 거라는 전망이 보인다. 비용은 몇 조원의 손해가 예상된다. 현재 한전은 하루 30억이 넘는 이자를 부담하면서 최대 적자를 갱신하고 있다. 원재료 값의 상승으로 인해 진작에 올려야 했을 전기세를 지난 정부에서 미루고 미루면서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이번 정부에서 넘겼고 그나마 이번 정부 들어 4차례나 인상했다. 문제는 그 정도의 상승으로는 한전의 적자를 메꿀 수 없다는 것이며, 절반의 국민들은 전기세가 올라간 이유가 이 정부의 무능 때문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주겠다더니 저녁에 먹을 것이 없는 삶이 되었다.
#3
6월에 들어서 2024년의 최저시급을 결정하는데 통증이 여간 적지 않다. 노동계에서는 12,000원선의 시급을 원하고 경영계에서는 동결을 원한다. 지난 정부 5년간 48%나 상승한 최저시급에 정말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았으며 그로 인해 직장을 잃은 사람들도 무수히 많았다. 그런 이유로 소상공인의 97%가 동결을 찬성한다. 몇 차례 급격한 최저시급 상승으로 인한 후폭풍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안 그래도 자영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하기엔 너무나 위험한 사회 실험이다.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최저시급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있지만 노동계는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침에 12000원을 주기만 하면 저녁에야 사업체가 망하든지 말든지 자신들이 알 바가 아니라는 군중들의 심리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슬프지만 평생 최저시급을 받고 싶어 하는 복지에 환장한 좀비들이 국민의 절반이나 되니 말이다.
이 모든 결과는 자신들이 '소비자'라는 것을 잊어서 생긴 일이다.
당장 자신들의 시급이 오르면 통장에 입금되는 액면 금액은 오를지 몰라도 사용하게 되는 실질 금액은 줄어든다. 최저시급만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을 누리기만 하면 나중을 도모할 수 없고, 욜로는 가난한 노년을 만든다. 과거에 매몰되어 지금을 살지 못하고 현재만 급급하여 미래를 그려볼 수 없는 세상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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