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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불혹 : 마흔즈음 드는 생각/An outlook on the world

장소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정하는 이상한 나라의 법(feat. 민식이법, 중대재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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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민식이법'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자세한 내막이나 법의 내용까지 아는 사람들은 그보다는 적다. 가해 차량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자는 의도에서였고 그 결과로 어린이 보호구역안에서의 교통사고를 0에 수렴하게 하자는 목적이 있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운전자의 부주의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피해자가 상해를 입으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에 신설된 내용(제5조의 13: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은 다음과 같다.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제1항의 죄를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잘못을 '운전자의 부주의'로 보고 운전자를 가해자로 설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민식이법 관련 사건들의 영상을 보면 피해자라는 아이들은 죄다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 운전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찰나의 순간에 달려나오는 아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 따져보면 사고의 시발점은 아이들의 무단횡단이고 그 부모들의 부주의이며 부족했던 교육이지만 그 장소가 횡단보도이고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가해자가 되는 일종의 치외법권을 만들어 준 셈이다.

 

#2

 

한편 얼마 전 '중대재해법'에 대한 1호 판결이 났다. 작년 5월 고양시의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추락 사망사고와 관련한 것으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첫번째 선고여서 법원의 판결에 관심을 모았고 재판부는 회사에 벌금 3천만원을 선고하고, 회사 대표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공사현장 안전관리자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판결했다. 일각에서는 처벌의 수위가 약한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쌍방 항소 포기를 했고 합의한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정도에서 끝이 났다. 이 법에 관련되어 아직 처리 되지 않은 건들이 수십건이 있기 때문에 이 판결을 토대로 앞으로 다른 사건들에 대한 재판과 결과도 나올 것으로 본다.

서울특별시에서 제공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설명

 

하청의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면 원청의 사업주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사측에 부과하는 내용이라 이렇게 법이 계속된다면 결국 위험을 떠안고 사업을 영위하거나 하청을 줄 기업은 점점 더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이다. 그렇게 기업의 사업 확장과 고용, 둘 다 위축시키는 법이기 때문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지금 정부에서 이 법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더군다나 안전사고는 사고 당사자의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안전보호구를 미착용한다던가, 기본적인 수칙들을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사고가 많은데 그것을 지키지 않는 노동자들에게 관리자들이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은 책임에 비해서는 한정적이다. 단편적으로 오토바이 헬맷 착용이 의무인데도 하루에 수십건 안전보호구 미착용으로 벌금을 부과당하는 사람들만 봐도 우리 사회에 얼마나 안전불감증이 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기업에 편에서 대변을 한다고 말하는데 기업이건 개인이건 한쪽으로만 불합리한 것은 수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노동자가 약자이거나 기업이 강자이거나 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도리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책임소지를 따지지 않고 한 쪽의 편을 드는 건 아닐까?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고가 어디에서 났느냐가 아니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로 가해자와 피해자는 결정되어야 한다.

 

#3

 

우리나라에서 입법을 하는 기관들은 도대체 왜 이토록 감정적이고 실사구시적이지 못한 법들을 만들어 내는 걸까? 마치 사회생활이라고는 전혀 안해본 사람들이 그저 좋은 마음으로만 만든 법과 같이 되어 있다.

약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기때문이다.

노동자는 약자이고, 아이들은 약자이며, 여성들은 약자이고, 가난하면 약자라서 그렇게 그 반대에 놓인 사람들을 가해자로 설정하고 시작하는 법들이 생겨났다. 사회의 공분을 일으키는 음주운전과 같은 법에 대해선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도 이런 말도 안되는 법들을 선심성으로 통과시키는 법의 주최들이 늘 한결같고 공통된다는 점이 소름돋고 무섭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절반이 그 정당을 지지한다는 점도 앞으로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는 이유이다. 

약자와 강자는 애초에 정해져있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도 늘 악역을 하고 강자로 묘사되는 대기업, 재벌, 소위 가진 자들은 강제되어 있지만 그 어떤 대기업도 소비자 앞에서는 그저 을이고 약자이다. 제 아무리 재벌이라도 경제공황에는 무너져서 30대 재벌 기업들은 이제 그 절반만 남아 명맥을 유지한다. 최근에는 반도체 이슈로 우리 나라 최고 기업인 삼성, 하이닉스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여성이라고 해도 사회에서 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능력 발휘를 한다. 결혼, 출산 등 자신의 선택에 따라 경력이 단절되기도 하지만, 그 이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의 능력이지 '여성할당제'가 아니다. '여성할당제'는 위의 법안들과 성격이 다르지만 생성 원인에 있어서는 여성을 약자로 두었기때문이라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고 본다. 어떤 여가부 장관은 대기업의 여성임원들을 모아놓고 자신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여성이라서 발탁되었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며 코웃음을 치게 했다.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임원에 자리까지 간 사람들에게 얼마나 무례한 이야기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4

애초에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고 과속으로 인해 사고를 냈거나, 평소 시설물에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음으로 생기는 안타까운 사고들에 대해서는 각각 운전자와 기업에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맞다. 다만, 누구라도 그 순간에 피할 수 없을만큼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들 때문에 생기는 사고, 부모의 실책으로 아이를 놓쳐서 생기는 사고, 근로자가 안전보호구를 미착용하거나 노조의 권한을 힘입어 근무 태반을 하는 등의 노동차 수칙을 어겨 사고가 난다면 가해자와 피해자는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소가 아니라 사건에 책임소지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뉘어야 한다는 이 상식을 이렇게 풀어 이야기 해야 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며, 나라 법을 관상쟁이가 얼굴점보듯 만들어 내는 다수의 정치인들을 개탄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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