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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불혹 : 마흔즈음 드는 생각/An outlook on the world

생활습관은 좀 처럼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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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시청에서 1년 만에 한 인바디체크

 

원주 시청에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가면 각 종 민원들을 처리하는 곳이 나오고 거기에 무료로 인바디체크와 키, 몸무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있다고 해서 육안으로 확인이 될 정도로 살이 찐 몸을 데리고 여자친구와 인바디체크를 하러 갔다. 

2년 전보다 무려 10kg가 늘었다. 원주에 처음 왔을 때까지만 해도 67kg로 남짓이던 몸무게가 참 많이도 늘었다. 증가가 시작된 원인으로는 교통사고 후에 1년은 거의 활동하지 못한데 있었지만, 이후로 일을 하면서부터는 2만 보 이상 걸어 다녀서 살이 찔 일이 없었는데 일이 바뀌면서, 걷는 일도 없어진 데다가 차를 사면서부터는 걷는 일도 사라졌으니 같은 양을 먹어도 체중이 불어난 것이다. 더군다나 마음씨가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서 늘 예민했던 내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옴으로 인해 먹성은 왜 이리 좋은지 살면서 살이 찌는 것으로 고민해 보는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다. 신변의 변화를 더 극단적으로 알 수 있는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흔히 "살이 쪘다?"는 표현보다 많이 하는 "얼굴 좋아졌어?" 하는 인사를 거울을 보며 나 스스로에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후덕해졌다. 

살도 쪘고 그로 인해 여러모로 건강에 무리가 올 것 같아서 운동, 식이요법 등을 해야겠다는 생각들은 있지만 결국 난 또 내가 살던 방식 그대로 살게 된다. 되돌아보면 내 인생에 꾸준히 했던 것도 얼마 없지만 특히나 운동은 참 어려운 과목이다. 일 자체가 많은 움직임을 필요로 해서 자연스레 열량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면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는 습관이 여간 쉽지 않다. 헬스장도 3개월씩 정말 여러번 끊어보고 초반 한 달을 열심히도 다녀봤지만 어느새 작심 한 달이고, 그렇게 여러 번을 이어서 헬스장에 기부천사로 자리매김했었다. 그래서 이런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겠다가 아니라 이젠 헬스장은 나에게 맞지 않다로 정리했다. 유도, 복싱 이런 류의 도장들은 실전에서 쓰이기도 하고 지루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비교적 오래 다녔었는데 체력적으로 스무 살 시절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끼면서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어떤 순환기 내과 교수님은 내원한 환자들에게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운동 등의 생활습관에 대한 개선을 이야기 해주는 것보다 차라리 약을 먹는 것을 권면한다고 한다. 상식적으로는 약보다는 자연스럽게 치유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권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그 교수님은 알고 있는 것이다. 수십 년의 임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결코 자신의 살던 방식을 버리기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약이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안고 있다고는 하지만 효과가 너무나 빠르고 명료하기 때문에 잡히지도 않을 미래를 말해주는 것 보다는 뚜렷한 현재를 보장해 주는 알약 하나가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 같다. 

나야 뭐 의사도 아니고 그 분보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초고령화 사회인 한국에서 매일 같이 마주하는 노인들을 만날 때 그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보고 있자면 한숨을 절로 나오는 경험을 하기 때문에 그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지금의 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 노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 정도면 끈기도 타고난 재능이 아닐까? 아 물론 핑계다. 

먹고 마시고 자고 싸고하는 가장 기본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가장 어려울지도 모르는 인간의 생리가 점점 걱정이 되는 걸 보면 나도 나이를 먹는 것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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