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 정착한 지 1년쯤 되었을 무렵.
‘국민임대아파트 예비 입주자 모집 공고’가 떴다.
서울에 살 때에는 청약을 생각조차 못 했는데,
그때 썩혀두었던 청약통장이 원주에서 빛을 내기 시작했다.
무려 10년을 품에 안고만 있던 통장.
지원 후 발표까지 약 3개월.
예비순번 29번 당첨.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단지는 원주에서도 경쟁이 꽤 치열한 곳이었다.
문제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거였다.
기존 입주자가 나가야 그 자리에 들어가는 구조라,
예측도 어렵고 기약도 없었다.
1년 계약이 끝나 자동연장으로 2년을 채우고,
그래도 소식이 없자 집주인께 양해를 구해 1년 더 연장했다.
“언제든 나가셔도 됩니다. 미리만 말씀 주세요.”
그 말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
2023년 2월, 드디어 연락이 왔다.
주소 기재 실수로 등기가 반송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주기적으로 검색하던 덕분에
내 순서가 왔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지원한 건 2021년 6월.
1년 9개월을 기다려 얻은 내 집.
입주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입주할 집 확인 > 계약금 입금 > 이사일자와 입주청소 일자 관리사무소에 통지 > 대출 진행 > 입주 청소 > 잔금 입금 > 이사 > 전입신고
중간에 은행만 두 번 갔고, 나머지는 거의 비대면으로 해결됐다.
시스템이 참 잘 되어 있더라.
짐은 원룸이었던 덕에 많지 않았다.
침대를 포함한 큰 짐은 미리 중고로 판매했고,
짐을 세 번에 나눠 옮기며 3번 왕복 끝에 이사 완료.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입주 청소.
가장 저렴한 업체에 맡겼는데,
후드, 창문 청소는 불포함.
빌트인 수납장이 많다는 이유로 추가요금까지 받았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원주 입주청소 업체들에 대한 불만이 꽤 많았다.
(물론 모든 업체가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다음 이사를 하게 된다면
며칠에 걸려서라도 직접 청소를 할 것 같다.
이사라는 건 단순히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그 안에 쌓아둔 시간과 감정의 전환점인 것 같다.
원주에서 보내는 세 번째 겨울.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집’이 아니라,
‘나를 기다리던 집’에 도착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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