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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촌놈, 원주정착기

지방에서 살아보니, 집이 삶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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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역세권 평균 월세는 평당 10만원을 웃돈다.
부산에서 상경한 친구는 신당역 근처 6평짜리 원룸에 자리를 잡았는데,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거의 60만원이 고정비로 나간다.

지난 몇 년간 급등한 임대료는, 수입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점점 더 크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전세가 만만한 것도 아니다.
최근 결혼한 친한 동생 부부는 2억을 들고도 몇 달간 집을 알아봤고,
결국 이사한 집은 작은 거실과 방 두 칸짜리 빌라였다.

서울에서만 가능한 전문직이나 기술직이 아닌 이상,
근로자의 평균 수입은 여전히 200~250 수준.
지방보다 일자리가 많다는 말은 맞지만,
막상 체감되는 ‘일자리의 질’과 ‘생활비 부담’은 서울이나 지방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내게 중요한 건 ‘더 벌 수 있는 가능성’보다
같은 돈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였다.

 

서울을 떠나기 전,
지방도시의 인구수와 생활 여건, 세대 비율까지 조사했다.
인구가 너무 적으면 인프라가 부족할 것 같았고,
너무 많으면 서울과 다를 바 없는 분주함이 기다릴 것 같았다.

그 기준에 원주는 딱 맞았다.
2022년 11월 기준, 인구 약 36만.
게다가 점점 증가 추세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 건물을 나서면,
바로 이 길이 펼쳐진다.

집 앞 벤치(무실동)



이 길은 원주에 사는 사람들도
사진만 보면 “이런 곳이 있어?”라고 할 정도로 의외의 장소다.

나는 이 길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매 계절, 같은 자리에서 이 장면을 남겨두곤 한다.

서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늘 걷는 길에서 계절이 분명하게 보이고,
그 변화가 눈앞에서 느껴지는 도시.

 

아무튼, 이 길에서부터
나는 원주라는 도시에 마음을 붙일 수 있었다.

자기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
그게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그리고 그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삶의 질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나는 이곳에 와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돈을 덜 쓰려고 내려온 건 맞지만,
결국엔 삶을 더 많이 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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