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상공회의소가 한국의 ‘과도한 기업인 형사처벌’을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관세' 하면 상품이 국경을 넘어갈 때 부과하는 세금만 포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이란? 관세 이외에 수입을 어렵게 하거나 무역을 제한하는 모든 형태의 조치로, 규제, 안전기준, 환경기준, 법적 제재 등을 모두 포함한다. |
쉽게 말하면, 한 나라가 특정 규제를 까다롭게 설정하면 외국 기업들이 현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지거나 비용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는데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의 과도한 기업인 형사처벌을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의 하나로 꼽았고 특히 그 중에서도 논란이 되는 법이 바로 중대재해법이다.
중대재해법은 왜 비관세 장벽으로 간주되는가?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대표자나 경영 책임자에게 직접적으로 형사적 책임을 묻는 강력한 법이다.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법의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사고 발생 시 CEO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새로운 시설 투자나 생산 활동 확장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 과정에서 느끼는 우려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나타난다.
중대재해법과 같은 기업인의 형사처벌법이 존재할 경우 외국 기업의 경영진 역시 한국 내에서의 형사적 리스크를 피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려면 사고 위험이 있는 제조시설 운영, 건설 및 설비 투자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외국 기업인 또한 한국 법률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결국 해외 기업은 한국 시장 진입 시 추가적인 법적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비용 증가로 이어져 시장 진입 자체를 꺼리게 만든다. 즉, 중대재해법과 같은 형사처벌 제도는 관세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나 간접적으로 시장 진입 장벽의 역할을 하고 있어 이를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이 법이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쳤는가?
기업인 형사처벌과 관련된 법적 리스크는 단순한 이론적 우려를 넘어, 실제 외국계 기업 경영자에게 적용된 사례를 통해 현실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19년 한국GM의 전 사장이었던 카허 카젬(Kaher Kazem)이 불법 파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법률 분쟁으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 본사를 포함한 외국계 기업 경영진들 사이에서 한국에서의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
해외 본사의 입장에서 보면, 자국에서 합법적으로 운영하던 인사나 고용 구조가 한국에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중대한 경영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는 단지 불법 파견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대재해법과 같이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은 법률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한국 시장 진입이나 투자 확대 결정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경험은 미국 기업들로 하여금 CEO 개인이 법적 책임을 지는 구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었으며,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거나 규모를 조정하는 실질적인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뿐 아니라 교역량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경제적 손실 가능성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되는 과도한 기업인 형사처벌은 해외 기업 유치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도 유사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결과 기업들의 전반적인 생산성과 투자 의지가 위축될 수 있고, 이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한미 간의 교역 관계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교역량 감소와 투자 위축으로 연결되어 한국 경제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이 이를 문제 삼는 것은 한국이 교역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률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물론 중대재해법의 본래 취지인 근로자 안전 보호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과도한 형사처벌이 기업 활동 자체를 지나치게 억제한다면, 실익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더욱 명확히 구분하고, CEO가 사고 예방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했다는 점이 입증되었을 경우 처벌을 완화하거나 일정 부분 면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지적은 결국 한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합리적인 규제 수준을 유지해야만 교역 관계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대재해법과 같은 기업인 형사처벌 제도는 교역 활성화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개선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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