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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경제

서울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시장에 맡긴 새로운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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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 제도는 고령화와 맞벌이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높아지는 가사노동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되었다. 기존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 방식’과는 달리, 이번 서울시 제도는 노동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는 법무부 주도로 도입되었으며, 한정된 인력만 입국을 허용하고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전제로 했다. 인도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보호 중심의 프레임이 강했던 반면, 서울시 시범사업은 이를 탈피해 노동자와 사용자 간 자율 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참고서울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은 고용허가제를 거치지 않고비전문취업(E-9) 비자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 가운데 일정 요건을 갖춘 자에 한해 허용될 예정이다.

 


 

시장 논리에 입각한 접근의 의미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은 ‘시장에 맡긴다’는 데 있다. 즉, 공급자는 스스로 노동 조건을 판단해 진입을 결정하고, 수요자 역시 가격과 서비스를 비교해 고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는 노동의 가치가 일률적으로 측정되기 어렵고, 생산성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가사도우미 분야에 매우 적절한 방식이다.

가사도우미는 일반적인 사무직이나 기술직과 달리, 결과물이나 성과의 객관적 측정이 어렵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개인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하게 되며, 자연히 가격 역시 시장 논리에 따라 형성된다. 서울시 시범사업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의 한계

 

반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는 국내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함으로써 실질적 시장 기능을 제한해왔다. 이 제도는 가사도우미를 ‘취약 계층’으로 보고, 보호를 최우선에 두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 사용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느꼈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지 않는 구조가 고착되었다.

이러한 비교는 단순히 금액 차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노동의 대가를 누구의 시선으로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2023년 기준 주요 국가 가사도우미 평균 월 이용료 비교 및 정책 배경
제도 유형 평균 월 이용료 적용 법률 및 제도 설명 정책 배경 요약
필리핀 가사관리사 (한국) 약 220만원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적용 인권 보호 중심, 국내 노동법 전면 적용.
사용자의 비용 부담 가중.
서울시 시범사업 (예상) 약 150~180만원 자율계약 기반 시장 자율성에 기초한 실험적 접근.
수요·공급 조절을 통해 균형 기대.
싱가포르 약 75만원 자율계약, 주거 제공 포함 개발도상국 출신 가사노동자 다수 고용.
상대적 저임금, 거주 제공으로 노동 유인.
홍콩 약 95만원 자율계약, 주거 제공 포함 필리핀·인도네시아 출신 고용 다수.
계약 자유 보장, 주거·식사 제공 의무화.
영국 약 180~220만원 최저임금 적용,
노동계약서 의무화
유럽 노동권 기준 반영. 법적 고용 안정성과
사용자 보호 간 균형 추구.
캐나다 약 160~200만원 근로계약 필수,
정부 인증 프로그램 운영
외국인 가사노동자 대상 LMIA 제도 운영.
신원·계약 보장 강조.

 


 

상대주의에 기반한 임금 구조

 

싱가포르, 홍콩 등 선진국에서는 후진국 출신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때 자국의 기준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해당 국가의 평균 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보상함으로써, 노동자에게는 현지 기준 이상을 보장하고, 사용자에게는 합리적인 비용 부담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표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급여가 현저히 적게 느껴지지만 숙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살펴보면 적은 비용은 아니다. 

이는 자국민 보호에만 몰두한 제도보다 훨씬 실효성 있는 방식이며, 서울시의 새로운 시도는 이러한 상대주의적 관점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호만을 명분으로 한 제도는 종종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고, 결국 누구에게도 실익이 되지 않는다.

 

 

가사도우미는 전문직인가?

 

일각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국내 기준 이하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직무의 특성과 생산성을 간과한 주장일 수 있다. 전문직은 일정 자격과 기술이 요구되며, 그에 따라 보수가 책정된다. 하지만 가사도우미는 기술보다 성실성과 신뢰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즉,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임금이 곧 그 업무의 적정가치가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서울시의 시범사업은 직무의 성격을 고려한 정책적 현실주의라고 볼 수 있다. 고용 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따라 보수가 조정되는 체계를 만들려는 시도는 매우 합리적인 방향이다.

 

 

제도의 성패는 유연성에 달렸다

 

서울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은 단지 인건비 절감의 수단이 아니다. 이는 생산성과 시장 메커니즘에 근거한 노동 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가 보여준 공급의 경직성과 비용 부담의 문제를 극복하고, 더 많은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다. 가사도우미라는 직업을 지나치게 ‘약자 보호’라는 틀로만 보지 않고, 시장의 생산성 논리에 따라 새로운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시도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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